관객 참여형 예술, 허울뿐인 무대인가?

1. 관객 참여형 예술의 달콤한 유혹

최근 몇 년간 ‘참여형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전시와 퍼포먼스가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마치 관객을 ‘손님’이 아닌 ‘주인공’으로 삼겠다는 듯, 예술가들은 작품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죠. 관객이 직접 캔버스를 채색하거나, 전시장 한가운데서 즉흥적인 몸짓으로 공간을 완성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볼 때면, 어쩐지 작품과 하나가 된 듯한 착각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진짜 궁금한 건, 과연 이 모든 것이 ‘진짜 참여’로 연결되는지입니다. 무대 위의 관객처럼 보이지만, 결국 미리 짜인 시나리오 속의 한 조각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2. 참여의 본질은 무엇인가

예술 작품 앞에서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손을 대거나 목소리를 보태는 행위. 이 얼마나 매력적인 경험입니까? 그러나 참여가 단지 ‘행위’로 그친다면, 그것은 오히려 진짜 참여의 본질을 흐릴 수 있습니다. 참여형 예술이란 이름으로, 관객은 손으로 무언가를 붙이고 떼고, 때로는 춤을 추기도 하지만, 정작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깊게 고민할 여유가 사라질 수 있죠. 참여의 본질이 단순히 ‘내가 무언가를 했다는 기분’이라면, 그것은 예술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아닙니다. 어쩌면 참여라는 말이 관객을 위한 환상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3.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작품의 문을 열어주는 것은 예술가이지만, 그 열쇠를 관객에게 정말로 넘겨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관객 참여형 예술에서는 ‘열쇠를 주는 척’하는 순간이 종종 보입니다. 예술가는 전체의 틀을 설계하고, 관객은 그 안에서 선택받은 옵션 중 하나를 고를 뿐이죠. 이를테면 미리 준비된 붓과 물감을 골라 색을 칠하는 것, 제한된 시간 안에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요. 참여의 겉모습은 관객의 손에 달려 있지만, 작품이 결국 흘러가는 방향과 의미는 여전히 예술가의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참여라는 말이 관객의 자유를 보장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그 자유가 무척 제한적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4. 참여의 진짜 가능성은 어디서 오는가

그렇다고 참여형 예술의 가능성을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진짜 참여형 예술은 ‘관객이 작품의 일부’가 아니라 ‘작품을 완성하는 공동 창작자’가 될 때 시작됩니다. 예술가가 관객의 선택을 통제하지 않고, 관객의 행위가 예술의 새로운 결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진정으로 열어줄 때 말이죠. 예를 들어 관객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져 작품의 일부가 바뀌는 순간들. 그럴 때 참여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예술을 함께 만드는 진정한 경험이 됩니다. 이처럼 참여형 예술의 진짜 가능성은 관객의 역할을 허울 좋은 ‘소품’에서 ‘창작자’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5. 참여는 결국 나를 돌아보는 힘이 되어야

관객 참여형 예술의 가치는 결국 ‘내가 무엇을 했느냐’보다 ‘내가 무엇을 느꼈느냐’에 있습니다. 작품을 통해 나의 생각과 감정이 흔들리고, 때로는 새로운 질문을 만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참여의 진짜 의미 아닐까요? 예술가의 무대 위에서 한 명의 배우처럼 참여할 수 있더라도, 내가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는 순간이 더 중요합니다. 참여형 예술은 결국 관객이 ‘내가 정말로 함께했다’는 진짜 확신을 품게 만드는 작업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손끝으로, 눈빛으로, 혹은 머릿속 질문으로 작품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비로소 참여의 진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6. 참여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속이지 않기

이렇게 긴 이야기를 풀어놓고 나니, 관객 참여형 예술의 화려한 수식어들이 오히려 조심스러워집니다. ‘참여’라는 말이 꼭 손에 쥔 붓이나 무대 위의 짧은 동작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그 작품을 마주한 순간, 마음이 스스로 반응해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참여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때로는 가만히 서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간조차도 가장 깊은 참여가 되기도 하니까요. 참여형 예술이 진짜로 ‘참여’를 담고 있는지, 혹은 단지 재미와 구경거리를 포장하는 말에 불과한지, 우리 스스로도 계속해서 물어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관객 참여형 예술의 겉과 속을 다시 들여다보니, 결국 참여의 깊이는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안에서 완성된다는 결론이 납니다. 참여는 ‘당신이 주인공이다’라는 외침이 아니라, ‘당신의 목소리가 예술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진정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그 믿음을 갖고 전시장에 들어설 때, 참여형 예술은 비로소 진짜 참여의 무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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