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서 더 좋은, 서툰 작품의 매력
완벽함보다 진심이 먼저 와닿는 이유
전시장을 걷다 보면 누가 봐도 정교하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작품들이 줄지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 건 늘 완벽한 작품이 아닙니다. 붓질이 어딘가 삐뚤거나, 비율이 맞지 않거나, 색이 번진 작품에서 오히려 마음이 멈춰버리는 순간이 있으셨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기술적으로 미숙해 보이는, 이른바 ‘서툰 작품’이 우리 마음을 더 흔드는 건, 단순히 눈에 띄어서가 아닙니다.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인간다움’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본 듯한 느낌, 계산되지 않은 솔직함이 주는 감동은 어떤 완벽한 테크닉보다 깊고 오래 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서툼을 겪어봤기에, 그 흔적에 더 쉽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서툴러서 더 솔직하고, 솔직해서 더 진하다
우리는 보통 서툰 그림이나 조각을 보면 ‘아마추어’라고 단정짓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솔직한 표현은 오히려 세련된 작품보다 더 직관적이고 직접적으로 다가옵니다. 기술이 뛰어난 작가의 작업은 종종 계산된 구성과 연출로 감정을 포장합니다. 반면, 서툰 작품은 감정을 숨기지 못합니다. 붓이 흔들리고 색이 삐져나온 자국은, 작가가 얼마나 진심으로 그 순간을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됩니다. 마치 첫사랑의 어설픈 고백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믿음이 가고 더 애틋한 것이죠. 예술은 결국 감정을 전하는 매개체이기에, 이 솔직함은 그 어떤 기교보다 더 강력한 설득력을 갖습니다.
불안정함 속에서 발견하는 공감의 포인트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닮은 것을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보다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결함 많고 실수도 자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겠지요. 서툰 작품을 보며 느끼는 끌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완성되지 않은 선, 불균형한 구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색의 조합은 마치 우리 삶의 축소판 같습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묘한 위안을 얻게 됩니다. 예술이란 결국 ‘혼자가 아니라는 감정’을 건네는 작업인데, 서툰 작품은 이 감정을 가장 날것 그대로 전달합니다. 정제된 예술이 때로는 거리감을 만든다면, 서툰 예술은 그 틈을 따뜻하게 메워주는 존재입니다.
기술이 가릴 수 없는 감정의 무게
예술에서 기술은 분명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술이 감정을 가리는 순간, 예술은 메시지를 잃게 됩니다. 반면 서툰 작품은 기술이 부족한 만큼 감정이 전면에 등장합니다. 때로는 붓질이 서툴러 울퉁불퉁한 텍스처가 생기고, 색이 겹쳐져 어지럽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어지러움 속에는 작가가 이겨낸 감정의 소용돌이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는 감상자에게도 같은 강도로 전해집니다. 기술이 완성한 작품이 뇌를 자극한다면, 감정이 앞선 서툰 작품은 심장을 두드리죠. 즉, 서툰 작품은 관객과의 ‘거리’를 줄이고, ‘이해’보다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예술이란 결국 ‘사람’을 닮아야 한다는 것
우리가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삶을 투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작품도 감탄을 부르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은 서툰 작품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 안에 살아 있는 사람의 흔적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우고 다시 그린 자국, 머뭇거린 선, 망설이다 멈춘 공간은 모두 작가의 내면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런 작품을 마주할 때 우리는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게 됩니다. 마치 누군가의 실수투성이 편지를 읽듯이 말이지요. 그래서 서툰 작품은 때론 기술적으로는 부족할지라도, 감정적으로는 압도적인 깊이를 가집니다. 진짜 감동은 잘 만든 것보다, ‘진짜 마음’에서 나옵니다.
결론적으로, 서툼은 감정의 가장 진실한 언어입니다.
예술의 본질이 감정이라면, 서툰 표현이야말로 그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다음에 전시장을 찾으실 때, 완벽한 작품만 눈에 담지 마시고 그 옆의 작은, 어설픈, 불완전한 작품에도 잠시 시선을 멈춰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 안에서 마주하는 작가의 진심은, 어쩌면 여러분의 마음을 더 깊이 움직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