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반하고, 마음이 머무는 예술의 조건
감성은 ‘예쁨’에 머물고, 사고는 ‘좋음’을 향해 나아갑니다
우리는 전시회를 가거나 SNS 피드를 넘기다가 한 작품을 보고 이렇게 말하곤 하지요. “이 그림 너무 예쁘다.” 혹은 “와, 색감 미쳤다!” 눈에 확 들어오는 조화로운 색감, 정갈한 선, 조형미가 뛰어난 구도. 이런 요소들이 ‘예쁜 그림’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예쁜 그림이 항상 ‘좋은 예술’로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이 둘은 묘하게 비슷하면서도 중요한 지점에서 갈라집니다. 예쁜 그림은 감탄을 자아내지만, 좋은 예술은 감탄 그 이후의 여운과 사유를 남깁니다. 마치 달콤한 디저트와 진한 커피처럼, 예쁨은 감각의 만족을 주고, 좋음은 감정과 지성을 함께 자극하지요. 이 차이를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예쁜 그림은 주로 심미적인 만족을 추구합니다. 색이 고와야 하고, 구도가 안정적이어야 하며, 시선을 끄는 어떤 ‘미’의 요소가 있어야 하지요. 특히 현대의 소비문화에서는 ‘예쁨’이 곧 클릭 수를 의미하니까요. 디자인적인 요소가 강조되는 아트 프린트, 일러스트레이션, 디지털 아트에서는 이 경향이 더 강하게 드러납니다.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 기준은 ‘보기 좋다’는 느낌, 즉 직관적인 아름다움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깊은 의미가 없어도 예쁘기만 하면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좋은 예술은 질문을 던지고, 관객을 흔들며, 때론 불편하게 만듭니다
반면 좋은 예술은 조금 더 ‘무례’합니다. 눈에 보기 좋은 것만을 추구하지 않고, 보는 사람의 내면을 툭 건드립니다. 사회적인 문제를 담기도 하고, 개인의 트라우마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때로는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들지요. ‘좋은 예술’은 꼭 아름다울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때는 거칠고, 이상하고, 조화롭지 않으며, 심지어는 불편하기까지 하지요. 그런데도 그 예술을 보고 나면 쉽게 잊히지 않고, 자꾸 떠오르며, 무언가를 되묻게 만듭니다. “나는 왜 이 작품이 싫었을까?”, “왜 이 장면에서 눈물이 났을까?” 하는 식으로요. 이처럼 좋은 예술은 대답보다 질문을 남기고, 눈보다 마음에 오래 머뭅니다.
좋은 예술에는 작가의 ‘의도’가 녹아 있고, 관객의 ‘해석’이 덧붙여집니다. 단순히 보기 좋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맥락, 시대성, 철학이 함께 작동하지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 시리즈를 보면, 한 폭의 평화로운 풍경화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는 빛과 색의 끊임없는 탐구라는 인상주의의 실험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반면, 뱅크시의 거리 예술은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사람들의 의식을 건드립니다. 이처럼 좋은 예술은 예쁨 그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을 감상할 때, ‘좋다’는 감정의 방향을 돌아보십시오
혹시 그림을 보고 “이거 너무 좋아요!”라고 하셨을 때, 그 ‘좋음’이 감각적인 예쁨 때문인지, 아니면 마음속 깊은 어딘가가 움직여서였는지 떠올려보신 적 있으신가요? 때로는 ‘예쁜 그림’이 ‘좋은 예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미적인 아름다움과 철학적인 깊이가 함께 있는 경우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예쁜 그림은 보기 좋고 기분 좋지만, 그것이 꼭 예술적으로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하나의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예쁜 그림에 끌리는가?’ 그리고 ‘그 끌림이 예술적 가치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해져야 하는가?’ 예쁜 것만으로는 오래 가지 않습니다. 그 예쁨 뒤에 ‘의미’가 따라와야 비로소 오래 남습니다. 마음속에 남는 좋은 예술은 대개 ‘아름다움’과 ‘생각할 거리’의 균형 위에 서 있습니다.
예쁜 그림은 잠시 머무르지만, 좋은 예술은 오래 곱씹게 됩니다
한 폭의 예쁜 그림은 우리의 하루를 환하게 밝힐 수 있습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보이는 풍경화, 책상 앞의 꽃 일러스트, 혹은 액자 속 반짝이는 추억처럼요. 하지만 진짜 좋은 예술은 감정을 울리고 생각을 건드리는 힘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은데, 시간이 갈수록 마음에 스며들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어지고, 다시 보게 되는 힘이 있지요.
예쁜 그림은 감성의 언어라면, 좋은 예술은 감성에 철학을 더한 복합적인 언어입니다. 두 개는 모두 소중합니다. 때론 예쁨이 필요한 날이 있고, 때론 흔들리는 질문이 필요한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술의 세계에서는 ‘좋음’이란 말이 단순히 외모나 색감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감탄은 시작일 뿐, 감동은 여운이고, 사유는 그 끝에서 피어나는 꽃입니다.